

둥이는 엄마 집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도 엄마가 둥이를 대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라더니 엄마와 둥이를 보면 고양이도 마찬가지구나 깨닫는다.
보통의 딸과 엄마가 그렇듯 나와 엄마 또한 애증의 관계에 가까웠는데 고양이가 들어오고 나선 새로운 주제로 싸워대기 시작했다. ‘둥이 좀 살살 만져, 그렇게 억지로 끌어안지 마, 큰 소리 내는 거 싫어해, 동작이 큰 것도 싫어해.’ 과거의 엄마가 내게 했듯 나는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살살 만지잖아, 예뻐서 그러는 건데 왜 그래, 작게 말했어, 내가 언제 그랬어.’ 엄마는 과거의 내가 그랬듯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날도 엄마는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어안고 애정표현을 쏟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 불안해서 ‘그러다 다쳐, 하지 마.’ 말리던 순간, 벗어나려고 버둥대던 둥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구석으로 숨은 아이를 꺼내 다친 곳이 없나 이곳저곳을 살피는데 세상에, 오른쪽 송곳니 절반이 부러져있는 것이 아닌가. 속상하고 화나고 걱정되고. 엄마에게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어 속만 푹푹 끓이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은 치주가 드러나 때워야 하는데 이 도시의 동물병원에는 가능한 기계가 없으니 옆 도시의 큰 동물병원을 가보라는 얘기를 했다. 곧바로 큰 병원에 전화해 예약을 잡았다. 연속으로 연차를 사용하기엔 눈치가 보여 병원에 가는 것은 엄마에게 부탁했다.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도 모른 채 집으로 달려갔더니 오른쪽 아래 송곳니와 어금니 두 개를 잃고 반절 부러진 송곳니를 빼꼼 내민 둥이가 있었다.

치주염이 있었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칫솔질을 해줬는데? 사료도 잘 씹어 먹고 아파하거나 침 흘리는 것도 못 봤는데? 내가 칫솔질을 더제재로 못한 건가? 미안함과 속상함, 죄책감이 몰려왔다. 멀쩡한 송곳니가 부러진 것은 속상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아픈 것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매일 들여다보는 이빨이었는데도 아픈 걸 몰랐다니. 부족한 집사는 착한 고양이를 만나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너무 많다.
한동안은 부러지고 빠진 이빨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몇 년 시간이 지나니 그것마저도 귀엽다. 더 바보 같아졌지만 귀여워.
2022.08.01 - [집사라면 알아야 할 꿀팁] - 아기 고양이 양치 훈련, 고양이 양치 비법!
아기 고양이 양치 훈련, 고양이 양치 비법!
반려묘의 양치는 중요합니다. 양치질은 고양이의 치주질환을 예방해주며 고양이를 장수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데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고양이도 집사도 참 힘든 일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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