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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일기9

Why do you love me? 가끔, 아니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둥이는 나를 왜 믿지? 왜 좋아하지? 내가 고양이라면 나는 절대 안 그럴 것 같은데. '덩치가 10배쯤 크고, 이상하게 두 발로 서서 걷는, 귀엽지도 않고, 고양이랑은 다르게 털도 듬성듬성 이상하잖아. 심지어 내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이상한 냄새나는 것들을 먹고, 그루밍은 하지도 않아. 뭐, 내 밥을 잘 챙겨주긴 하는데 억지로 안고, 뽀뽀하고, 가끔은 날 물에 던져 넣고 한참 주물럭거리기까지 한다고! 잘 다듬어 놓은 내 발톱까지 막 깎아버린다니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고양이가 집사를 왜 사랑해주는지 알 수가 없다. 고작 밥 주고 예뻐해 준다는 이유로 저런 만행을 다 참아준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2022. 8. 25.
8월 8일은 고양이의 날 매년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고 한다. 국제 동물복지기금이 고양이 인식 개선과 유기묘 입양,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한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2002년에 창설한 날이란다. 고양이의 날을 따로 지정해 기념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10월 29일, 러시아는 3월 1일, 일본은 2월 22일을 ‘고양이의 날’로 기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고경원 작가가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정했는데,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속설에서 착안해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딴 것이라고 한다. 우리 고양이도 목숨 아홉 개 갖고 나랑 오래 살면 좋겠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로 별도의 ‘검은 고양이의 날’까지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2022. 8. 8.
발톱 빠진 고양이 그날은 유난히 평화로운 토요일이었다. 여느 직장인이 그렇듯 토요일 아침은 기분이 좋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더 여유롭고 잔잔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이상했던 것이지 그때의 나는 왠지 좋은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적당히 좋은 가을 날씨, 집순이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일정 없는 주말 아침, 고양이도 오늘따라 더 귀염을 떨고, 하루 종일 저 귀여움을 구경해야지! 집사의 기분을 아는 건지 그날은 아침부터 둥이도 우당탕탕 신이 났다. 나이가 좀 들고 나서는 좀체 뛰는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온 거실을 열심히 뛰어다녔다. 집사들은 ‘쟤 갑자기 왜 저래?’ 물음표를 띄운 채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쨌든 둥이의 놀이 친구는 나였기에 열심히 그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둥이가 좋아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술.. 2022. 8. 4.
첫 만남 2015년 가을. 타고나길 '후진이 뭐야, 여자라면 직진이지.'로 태어난 우리 엄마 막내딸은 당시 고양이에 미쳐있었다. 원래는 강아지를 좋아했었는데 초등학생 때 제 몸집만 한 개한테 물린 이후로는 개가 무섭다고 근처에도 못 가더니 '그 애정이 고양이에게로 옮겨간 건가, 갑자기 웬 고양이 타령이지, 별 일이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고양이를 들이겠다고 혈안이 되기 전까지는. 학업 때문에 서울에서 혼자 자취 중인 애가 고양이라니! 게다가 우린 어릴 적 그 흔한 병아리나 햄스터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잘 생각해봐, 너 그거 엄청 책임감을 가지고 결정해야 할 문제야. 막상 데려왔는데 아니다 싶다고 돌려보낼 수 있는 것도 아냐. 생명이라니까? 너 평생 같이 살아야 해."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2022.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