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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일기

Why do you love me?

by 둥이집사 2022. 8. 25.

 

고양이

가끔, 아니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둥이는 나를 왜 믿지? 왜 좋아하지? 내가 고양이라면 나는 절대 안 그럴 것 같은데.

'덩치가 10배쯤 크고, 이상하게 두 발로 서서 걷는, 귀엽지도 않고, 고양이랑은 다르게 털도 듬성듬성 이상하잖아. 심지어 내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이상한 냄새나는 것들을 먹고, 그루밍은 하지도 않아. 뭐, 내 밥을 잘 챙겨주긴 하는데 억지로 안고, 뽀뽀하고, 가끔은 날 물에 던져 넣고 한참 주물럭거리기까지 한다고! 잘 다듬어 놓은 내 발톱까지 막 깎아버린다니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고양이가 집사를 왜 사랑해주는지 알 수가 없다. 고작 밥 주고 예뻐해 준다는 이유로 저런 만행을 다 참아준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는 주인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정이 적고, 외로움은 타지 않고, 조금은 버르장머리 없는, 그래서 괘씸하기까지 하다는 사람들. 그러나 그것은 고양이와 함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편견에 불과하다. 고양이 집사인 내 경험을 얘기하자면 나는 매 순간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 고양이가 내 손길을 필요로 할 때, 내 곁에서 잠들 때,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종알종알거릴 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애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격한 쓰다듬을 기꺼이 받아주고, 양치도 얌전히 당해주고, 목욕도 참아주고, 안으면 안겨주고, 잡으면 잡혀주고. 가만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 무슨 애정이야 싶겠지만, 진짜라니까? 그래, 어쩌면 인간의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둥이와 함께 있다 보면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고양이와 나만의 교감. 전부 알 것 같은 그런 느낌. 근데 여전히 모르겠어. 날 왜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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