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평화로운 토요일이었다. 여느 직장인이 그렇듯 토요일 아침은 기분이 좋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더 여유롭고 잔잔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니 이상했던 것이지 그때의 나는 왠지 좋은 기분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적당히 좋은 가을 날씨, 집순이가 그렇게 사랑한다는 일정 없는 주말 아침, 고양이도 오늘따라 더 귀염을 떨고, 하루 종일 저 귀여움을 구경해야지!
집사의 기분을 아는 건지 그날은 아침부터 둥이도 우당탕탕 신이 났다. 나이가 좀 들고 나서는 좀체 뛰는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온 거실을 열심히 뛰어다녔다. 집사들은 ‘쟤 갑자기 왜 저래?’ 물음표를 띄운 채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쨌든 둥이의 놀이 친구는 나였기에 열심히 그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둥이가 좋아하는 놀이 중에 하나는 술래잡기인데 ‘크앙’하는 소리와 함께 ‘어흥’ 동작을 해주어야 한다. 그럼 둥이도 무서운 척 도망간다. 너무 많이 해주면 지겨워하기 때문에 기출 변형으로 문 뒤나 의자, 서랍 뒤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척해줘야 재미있어한다.. 그날은 둥이가 너무 흥분해서 놀아주면서도 의아했었는데, ‘까불다가 다친다!’ 어릴 때 엄마가 우리에게 자주 하던 말이 진짜였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잔뜩 흥분한 고양이는 전속력으로 거실 한편에 있는 캣타워로 질주했고, 캣타워 꼭대기에 다다라서 제대로 제동 하지 못했으며,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진 고양이는 화들짝 놀라 다급히 캣타워를 붙잡았고, 두 앞발로 캣타워 끄트머리를 꼭 쥔 채로 버둥거렸다.
놀람 반 어이없음 반으로 달려가 고양이를 안아 들어보니 발톱이 빠졌는지 두 앞발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니. 운수 좋은 날이었냐. 그렇게 둥이를 챙겨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한쪽 발톱은 아주 빠져버렸고 한쪽은 절반 정도만 떨어져 달랑거리는 상태라 인위적으로 잘라줄 수밖에 없었다. 참 나 놀다가 생 발톱 두 개를 잃을 일이냐. 고양이가 캣타워에서 떨어지네. 발톱만 빠지고 다른 데 안 다쳐서 다행인 거지? 속상함과 어이없음의 콜라보.
그렇게 둥이는 뜬금없이 발톱 두 개를 잃고 한참을 징징대다가 추르를 하나 까먹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속도 편해. 무튼 이럴 때 보면 엄마, 아빠는 애들 어떻게 키웠나 싶다. 얌전하고 착한 애가 뜬금없이 사고를 쳐.
2022.08.04 - [집사라면 알아야 할 꿀팁] - 고양이 발톱 깎는 방법, 고양이 발톱 깎기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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