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육묘일기

길고양이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by 둥이집사 2022. 10. 31.

 

내 대학 동기는 가족과 함께 이사 간 시골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 있는 마을에서 고양이 몇 마리를 모시면서. 그곳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한 반려견을 보낸 후 상실감에 젖어 있을 때 뱃속에 아이들을 품은 길고양이가 집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품고 보내주고 또 거두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고양이 대가족의 집사가 되어 있었다.

귀여운고양이

친구와 통화하다 보면 고양이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게 된다. 수다 중에도 보채는 아이 잠을 재우고 밥을 챙기고 수화기 너머 들리는 남의 고양이 울음에 전해지지 않을 대답도 한번 건네 본다. 통화 중에 온갖 딴 짓을 해도 제재하고나 기분 나빠하는 이가 없다.

 

강아지만 키워와 고양이를 낯설어 하던 친구는 이제 초보 집사의 티를 벗고 어엿한 고양이 집사로 성장했다. 친구네 고양이들은 넓은 마당을 비롯해 동네 어귀까지 바깥 외출을 즐기는 외출냥이가 되었는데 그로 인한 친구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사고로 잃은 경험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막을 수 없으니 케어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친구네 아이들은 새를 잡겠다고 지붕 위에 올라하는가 하면 땅을 파 두더지를 잡아오는 일이 일상이다. 그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나는 역시 스트릿 출신인가, 좀 멋진데?’ 뱉어 놓고 아차 싶었는데, 다행히 친구는 스트릿 출신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표현에 기분이 나빴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재밌는 표현이라 느낀 듯 했다.

 

생각해보니 길고양이라는 표현 전에는 도둑고양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어릴 때는 길고양이라는 말보다는 도둑고양이라는 말을 썼던 것 같다. 어른들의 영향 탓인지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기억도 있다. 고양이와 눈만 마주쳐도 무서운 일이 일어난 것처럼 자리를 피하곤 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왜 그랬나 싶다.

 

영어로 길고양이는 street cat이라 표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듣는 데에 문제는 없겠지만, street cat보다는 stray cat이나 alley cat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stray길을 잃은, 주인이 없는을 의미하는 형용사이고, alley는 골목을 뜻하는 명사다. stray cat(길을 잃은 고양이, 버려진 고양이)보다는 alley cat(골목 고양이, 길고양이) 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귀여운고양이

가끔 길고양이를 다 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안전한 쉼터도 넉넉한 먹을 거리도 줄 수 있는 그런 능력. 실컷 상상하고 현실로 돌아오면 '할 수 있는 일이나 잘 해라.' 나 자신을 타박할 제정신이 생긴다. 한 마리지만 내가 모시는 고양이가 행복한 삶을 보내는 것으로 내 삶도 의미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왠지 나는 그걸로도 충분히 보람될 것 같다.   

'육묘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네 생각만 하지, 나도 네 생각만 해.  (0) 2022.11.20
고양이가 나를 키운다  (0) 2022.10.29
식혜 먹은 고양이 속  (0) 2022.09.23
Why do you love me?  (0) 2022.08.25
8월 8일은 고양이의 날  (0) 2022.08.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