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고 한다. 국제 동물복지기금이 고양이 인식 개선과 유기묘 입양,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한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2002년에 창설한 날이란다. 고양이의 날을 따로 지정해 기념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은 10월 29일, 러시아는 3월 1일, 일본은 2월 22일을 ‘고양이의 날’로 기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고경원 작가가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정했는데,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속설에서 착안해 아홉 구(九)와 오랠 구(久)의 음을 딴 것이라고 한다. 우리 고양이도 목숨 아홉 개 갖고 나랑 오래 살면 좋겠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검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는 취지로 별도의 ‘검은 고양이의 날’까지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 도처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말랑해진다. 더불어 고양이를 비롯해 동물을 학대하고 미워하는 인간들도 전 세계에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함께 드니 말랑해진 마음이 아려오는 기분이다.
고양이를 보는 매일, 매 순간이 축제인 우리 집 집사들은 이런 날마다 뭘 더 어떻게 기념해야 하나 싶다. 괜히 둥이를 안고 '오늘 너의 날 이래, 알아?' 말을 붙여본다. 알든 모르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집사들은 그저 고양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을 매일 기원하고 기념할 뿐이다.
고양이와 함께 하고 나서 내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던 것에 갑자기 눈을 뜨게 된 것 마냥 안 보이던 고양이들이 보이고 안 들리던 고양이 울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곁에 있어왔던 아이들인데 그 전에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한 존재를 마음에 품으니 없던 시계가 열린 듯하다. 어쩌면 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종(Species, 種)을 사랑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마음이 쓰여 못 견디는 날에는 둥이의 사료와 간식을 덜어내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덜어내 본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와서는 괜히 늘어져 있는 둥이를 한번 더 끌어안으며 길 위의 아이를 품는 것을 대신해본다. 그 아이들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지 않았기를, 내일은 평안하기를, 또 만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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